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닐쌍

마음이 좋지 않다

by 닐기 2022. 6. 10.

아침에 일어나니 마음이 좋지 않다.

다 싫다.

모든 것이 불만스럽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.

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 내 기준을 분명하게 했다는 뜻이다.

요즘 자꾸 하는 마음 수련.

평가하지 말며 평가하려 들거든 기준을 없애버려라.

 

다 싫다.

 

그런 마음으로 운동을 갔다. 몸의 수련은 마음을 안정시킨다.

그러나 그것도 통하지 않는다.

 

운동하고 있는데...

뒤에서 뭔가 타닥타닥 거리는 소리가 굉장히 빠르게 가까워진다.

뭐지 하고 살짝 돌아보니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뛰어온다.

요즘 개 물림 사고가 많아서 순간 심장이 빨라지며 쫄린다. 식겁~

그런데 개가 즐거워 보인다. 막 뛴다. 운동장을 돈다.

그냥 막 뛰는 게 아니라 운동장 트랙을 따라 열심히 뛴다.

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... 운동하러 왔나?

 

하얀 진돗개다. 아니 누렇게 변한 진돗개다. 크다.

꼬리와 귀 모양을 보니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.

낡은 빨간 목줄이 있다.

잔디에 등을 비비며 행복해한다.

그리고 또 트랙을 돈다. 축구장으로 뛰어가 슬라이딩을 하고 다른 동물 배설물을 발견했는지 몸을 비빈다.

유기견이다. 밥도 못 먹고 다니는지 말랐다.

그런데 뭐가 그리 좋은지 환하게 웃으며 사방팔방을 뛰어다닌다.

발걸음이 빨라질수록 타닥 소리가 크다. 발톱 관리도 안된 느낌이다.

 

잠깐 무시하고 운동을 하고 나니 개는 없어졌다.

가버렸나? 했다가 또 나타나 트랙을 열심히 돈다. 재미난 녀석이다.

 

그런데 난 뭔가? 아무 일도 없는데 왜 마음이 좋지 아니한가?

개가 사람보다 낫다. 개가 부처다.

 

내일 아침에 또 그 개가 보고 싶을 것 같다.

 

 

평온해진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.

그냥 그 개를 꼭 안아주고 싶다.

안기고 싶다.